신제품 양산 첫 주. 생산팀은 “표준 사이클타임이 안 나온다”, 품질팀은 “치수 불량이 또 나왔다”, 영업은 “고객이 조건 변경 승인서를 달라고 한다”고 연락해 온다. 생산기술 담당은 오전에는 라인에서 조건을 다시 잡고, 오후에는 설비 업체와 지그 수정 일정을 맞추고, 저녁에는 작업표준서를 고치느라 하루가 끝난다. 그런데 이게 ‘현장이 서툴러서’가 아니라, 공정 설계·위험 분석·설비 조건·작업표준이 따로 놀아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조업 직무별 업무 시리즈의 네 번째 회로, 오늘은 생산기술 직무가 무엇을 하고 어떤 문서와 시스템을 쓰며 무엇으로 평가받는지 실무 순서로 정리합니다.
1. 생산기술이 늘 불 끄기에 바쁜 이유

생산기술 담당이 매일 라인에 불려 다니게 되는 원인은 대개 이 넷으로 수렴합니다.
- 표준시간이 현장과 다르다 — 견적 때 잡은 사이클타임과 공정 조건이 문서에만 있고, 현장은 다른 속도·다른 조건으로 돌아간다. 생산계획도 원가도 틀린 숫자 위에서 계산된다.
- 신제품이 급하게 넘어온다 — 설계가 끝나기도 전에 양산 일정이 정해지고, 공정 검증 없이 설비부터 발주한다. 문제는 양산 첫 주에 한꺼번에 터진다.
- 변경점이 기록 없이 바뀐다 — 작업자 교대, 금형 수리, 자재 공급처 변경, 조건 조정이 신고 없이 일어난다. 불량이 나도 무엇이 바뀌었는지 찾을 수 없다.
- 개선이 한 번으로 끝난다 — 라인을 다시 짜고 설비를 들여도 전후 숫자를 남기지 않는다. 다음 투자를 설득할 근거가 없다.
즉 생산기술은 ‘현장을 잘 아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표준·이관·변경·검증의 문제입니다.
2. 생산기술이 하는 일과 보는 숫자

생산기술(Production Engineering)은 ‘무엇을 만들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지’**를 정하는 직무입니다. 회사에 따라 공정기술·제조기술이라고 부르거나, 라인을 짜는 생산기술과 조건을 다루는 공정기술로 나누기도 합니다. 주변 직무와의 경계는 대략 이렇습니다.
| 직무 | 주로 정하는 것 | 생산기술과 만나는 지점 |
|---|---|---|
| 개발·설계 | 제품 사양, 도면, 재질 | 만들기 쉬운 설계인지 검토(DFM), 설계 변경 반영 |
| 생산기술 | 공정 순서, 설비·지그, 공정 조건, 표준시간 | — |
| 생산관리 | 언제·얼마나 만들지 | 표준시간·라우팅으로 능력과 일정을 계산 |
| 품질관리 | 검사 기준, 불량 판정 | PFMEA·관리계획서를 함께 만들고, 불량 원인을 같이 판다 |
| 설비보전 | 설비 유지, 고장 수리 | 신규 설비 인수인계, 점검 기준 넘겨주기 |
그리고 생산기술은 보통 이런 지표로 평가받습니다. 이름과 집계 기준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 택트타임과 사이클타임 — 택트타임은 가용 생산시간을 고객 수요량으로 나눈 ‘목표 박자’다. 사이클타임은 공정이 실제로 1개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사이클타임이 택트타임보다 긴 공정이 병목이다.
- 라인 밸런스 효율 — 공정별 작업시간의 합을 (공정 수 × 가장 긴 공정의 작업시간)으로 나눈 값. 100%에 가까울수록 노는 공정이 없다.
- UPH·UPPH — 시간당 생산량, 사람 1명당 시간당 생산량. 같은 라인이라도 인원 배치를 바꾸면 UPPH가 달라진다.
- 직행률(FPY) — 재작업 없이 한 번에 양품으로 통과한 비율. 조건이 안정됐는지 보여 주는 숫자다.
- 셋업(품종 교체) 시간 — 마지막 양품에서 다음 품종 첫 양품까지 걸린 시간. 다품종 라인일수록 이 시간이 생산능력을 갉아먹는다.
- 신제품 양산 일정 준수 — 시양산·고객 승인·양산 개시가 계획대로 됐는지. 늦어지면 영업과 생산계획이 모두 흔들린다.
사이클타임만 줄이면 ‘빠른 라인’이 되지만, 직행률이 떨어지면 결국 재작업으로 시간을 다시 씁니다. 속도와 품질 숫자를 함께 봐야 합니다. 계산은 글 아래 택트타임 계산기와 라인밸런싱 계산기로 바로 해 볼 수 있습니다.
3. 생산기술 실무 5단계 — 신제품 이관에서 표준화까지

생산기술 담당의 하루는 신제품 이관과 기존 라인 개선이 이 5단계 안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겹쳐 돌아가는 일입니다. 앞 단계가 비어 있으면 뒤 단계에서 반드시 막힙니다.
- 공정 설계 — 도면과 수요량을 받아 공정 순서를 정하고 공정흐름도를 그린다. 택트타임에서 필요한 공정 수와 인원을 계산하고, 공정마다 쓸 설비와 조건(온도·압력·속도·토크 등)의 초안을 잡는다. 설계 단계에서 만들기 어려운 형상이 보이면 이때 개발에 설계 변경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싸다.
- 위험 분석 — 공정마다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 PFMEA(공정 고장모드·영향분석)로 따지고, 위험이 큰 항목을 관리계획서로 내린다. 관리계획서에는 공정별 관리 특성, 규격, 측정 방법, 주기, 이상 시 조치를 적는다. PFMEA의 우선순위는 심각도·발생도·검출도를 곱한 RPN으로 매기는 곳이 많았지만, 2019년 나온 AIAG·VDA FMEA 핸드북은 세 점수의 조합표로 정하는 조치 우선순위(AP: 높음·중간·낮음)를 쓴다. 고객이 어느 방식을 요구하는지 먼저 확인한다.
- 설비·지그 준비 — 설비 사양서를 쓰고 업체를 골라 발주한 뒤, 업체 공장에서 먼저 돌려 보고(사전 검수) 들여와 설치 후 다시 확인한다. 작업자가 실수할 수 없게 만드는 지그와 실수 방지 장치도 이 단계에서 만든다. 일정 규모 이상의 특정 업종 사업장에서 생산 공정 설비를 새로 들이거나 옮기는 경우에는 법정 서류가 따라붙으므로 안전 담당과 미리 맞춘다(아래 설명).
- 시양산 — 양산 설비·양산 작업자·양산 속도로 일정 수량을 연속 생산해 사이클타임, 직행률, 치수 분포를 실측한다. 조건을 바꿔 가며 가장 안정된 조건을 찾고, 그 조건을 확정한다. 자동차 부품처럼 고객 승인이 필요한 업종은 이 데이터로 양산 승인(PPAP 등) 서류를 만든다.
- 표준·개선 — 확정한 조건과 작업 순서를 작업표준서·표준작업조합표·공정 조건표로 남겨 현장에 게시하고, 생산관리가 쓰는 표준시간과 라우팅(공정 순서·공정별 시간)을 고친다. 양산 뒤에는 사람·설비·자재·방법(4M)이 바뀔 때마다 변경 신고를 받아 영향을 평가하고, 첫 생산품을 확인한 뒤 적용한다. 병목 공정 개선, 셋업 시간 단축, 자동화 투자 검토도 이 단계에서 계속 돈다.
한 주로 펼치면 리듬은 대개 이렇습니다.
- 매일 아침 — 전날 생산 실적과 불량·정지 현황을 보고, 사이클타임이 표준보다 늘었거나 불량이 튄 공정부터 라인에 나간다.
- 매일 낮 — 공정 조건 점검과 조정, 4M 변경 신고 검토, 설비 업체·지그 업체와 일정 조율, 신제품 개발 회의 참석.
- 매주 — 신제품 이관 일정 점검(설비 입고·시양산·고객 승인), 병목 공정과 직행률 하위 공정의 개선 과제 진행 상황 공유.
- 매월·분기 — 라인별 UPH·UPPH와 표준시간 실측 비교, 표준시간·라우팅 개정, 다음 해 설비 투자 계획과 투자 효과 검토.
법정 서류도 생산기술이 함께 챙기는 일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금속가공제품·자동차·전자부품·플라스틱제품 제조업 등 시행령에 정한 13개 업종 가운데 전기 계약용량이 300킬로와트 이상인 사업장이 해당 제품의 생산 공정과 직접 관련된 건설물·기계·기구·설비 전부를 설치·이전하거나 주요 구조부분을 바꾸려는 경우,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심사를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법 제42조, 시행령 제42조). 용해로·화학설비·건조설비 같은 일부 설비는 업종과 별도로 대상입니다. 라인 신설·이전 일정을 잡을 때 이 서류 기간을 같이 넣어 두어야 설치 직전에 일정이 밀리지 않습니다.
쓰는 문서는 공정흐름도, PFMEA, 관리계획서, 작업표준서, 표준작업조합표, 설비 사양서, 4M 변경 신고서가 기본입니다. 시스템은 설계 쪽의 PLM(도면·BOM 관리), 계획 쪽의 ERP(라우팅·표준시간), 현장 쪽의 MES(실적·조건·불량 기록)를 오가며 씁니다. 문서 이름은 회사마다 달라도, 공정흐름도에서 FMEA·관리계획서·작업표준까지 같은 공정 번호로 이어지는지가 핵심이다. 같은 양식을 현장에서 쓰려면 글 아래 관련 문서양식을 받으면 됩니다.
4. 현장에서 자주 터지는 문제 4가지

① 양산 첫 주에 불량이 쏟아진다 시양산을 시제품 설비나 숙련자만으로 돌려 양산 조건이 검증되지 않은 결과다. 시양산은 반드시 양산 설비·양산 작업자·양산 속도로 하고, 그때 찾은 조건을 관리계획서와 공정 조건표에 바로 옮긴다.
② 표준 사이클타임이 안 나온다 견적 때 추정한 시간을 그대로 표준으로 쓴 탓이다. 양산 안정 뒤 공정별로 실제 작업을 시간 측정해 표준시간을 다시 잡고, 생산관리의 라우팅과 원가 계산에도 같은 숫자를 넣는다. 생산계획이 이 숫자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생산계획 수립 가이드에서 다뤘습니다.
③ 조건이 사람마다 다르다 작업표준서가 사무실 서랍에만 있거나, 조건 범위가 ‘적정’처럼 적혀 있는 경우다. 조건은 숫자와 허용 범위로 적어 설비 옆에 붙이고, 조건을 바꿀 때는 4M 변경 신고를 거치게 한다. 바뀐 시점이 기록돼야 불량이 났을 때 범위를 좁힐 수 있다.
④ 설비를 사도 생산성이 그대로다 병목이 아닌 공정에 투자했거나, 셋업·대기 시간은 그대로 둔 경우다. 투자 전에 라인 전체의 병목과 셋업 시간을 먼저 재고, 투자 뒤에는 같은 기준으로 UPH와 직행률을 다시 재서 효과를 남긴다.
5. 개선 로드맵 — 엑셀 표준에서 AI 공정 최적화까지

생산기술 업무를 한 번에 시스템으로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성숙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 1단계 (표준화) — 공정 번호 체계를 정하고 공정흐름도·PFMEA·관리계획서·작업표준서를 같은 번호로 맞춘다. 표준시간은 실측값으로 다시 잡는다.
- 2단계 (연결) — 표준시간과 공정 순서를 ERP 라우팅에, 공정 조건과 관리 항목을 MES에 넣어 계획·현장이 같은 숫자를 쓰게 한다. 4M 변경 이력도 공정 번호와 로트로 묶는다.
- 3단계 (자동화) — 설비 신호로 사이클타임과 정지 시간을, 센서로 온도·압력 같은 공정 조건을 자동으로 모은다. 조건이 허용 범위를 벗어나면 알림이 가게 한다.
- 4단계 (지능화·AI) — 쌓인 조건 데이터와 품질 결과를 함께 분석해 불량이 적게 나는 조건 범위를 찾고, 라인 변경이나 설비 투자를 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으로 효과를 미리 본다.
핵심은 1·2단계(같은 공정 번호로 이어진 표준) 없이 3·4단계(자동 수집·AI)로 건너뛰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점입니다. 조건 데이터를 아무리 모아도 그 시점에 어떤 조건이 표준이었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르면, 불량의 원인을 데이터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설비 신호 수집과 실시간 실적을 공장 전체 시스템으로 묶는 순서는 MES 구축 5단계 로드맵에서 다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생산기술과 설비보전은 무엇이 다른가요? 생산기술은 새 공정과 설비를 설계·도입하고 조건을 정하는 쪽이고, 설비보전은 들어온 설비가 멈추지 않게 유지하는 쪽입니다. 설비를 들일 때 점검 기준과 예비품 목록을 보전에 넘겨주는 것까지가 생산기술의 일입니다. 보전 직무는 설비보전 직무 가이드에서 정리했습니다.
생산기술과 품질관리는 어디서 겹치나요? PFMEA와 관리계획서를 함께 만들고, 불량이 나면 원인을 같이 팝니다. 품질관리는 기준과 판정을, 생산기술은 그 기준을 지키는 공정 조건을 맡는다고 보면 됩니다. 품질 쪽 업무는 품질관리 직무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구매와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설비·지그·금형의 사양을 생산기술이 정하고, 업체 선정과 계약은 구매와 함께 진행합니다. 공급처나 자재가 바뀌면 4M 변경으로 생산기술이 영향을 평가합니다. 구매 직무는 구매 직무 가이드에서 다뤘습니다.
전공이 꼭 기계여야 하나요? 기계·산업공학·전기·화학공학 등 업종에 따라 다양합니다. 업종보다 중요한 역량은 도면과 공정 조건을 읽는 힘, 시간 측정과 데이터로 판단하는 습관, 생산·품질·설비 업체 사이에서 일정을 조율하는 소통력입니다.
스마트팩토리·AI 시대의 생산기술
생산기술은 공장의 ‘만드는 방법’을 숫자로 정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디지털·AI가 생산기술을 바꾸는 지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고, 조건표를 옮겨 적고, 지난번 시양산 데이터를 찾는 반복은 시스템이 맡고, 사람은 어떤 공정을 먼저 고치고 어디에 투자할지를 판단합니다. 다만 AI가 좋은 조건을 찾아 줘도, 그 조건을 표준으로 정하고 변경을 관리하는 체계가 없으면 현장은 다시 사람마다 다른 조건으로 돌아갑니다. 좋은 생산기술은 화려한 자동화 설비가 아니라, 공정 번호 하나로 이어진 설계·조건·표준에서 출발합니다.
CONTIS는 공정 기준정보와 표준시간 정리부터 PFMEA·관리계획서 체계화, 공정 조건 데이터 수집, MES·ERP 연동, AI 공정 분석까지 양산이 빨리 안정되는 공장을 만드는 여정을 함께합니다. 생산기술 업무 진단·스마트팩토리 구축이 필요하시면 문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