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면 생산팀의 “2호기 사출기 또 알람”, 야간조의 “컨베이어 모터 소리가 이상함” 메모, 구매팀의 “베어링 발주 품번이 뭐냐”는 문의가 한꺼번에 와 있다. 설비보전 담당은 오전에는 멈춘 설비를 살리느라, 오후에는 부품을 찾고 작업 기록을 정리하느라 하루가 끝난다. 그런데 이게 ‘보전 인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설비 정보·보전 계획·고장 기록·예비품이 따로 놀아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조업 직무별 업무 시리즈의 세 번째 회로, 오늘은 설비보전 직무가 무엇을 하고 어떤 문서와 시스템을 쓰며 무엇으로 평가받는지 실무 순서로 정리합니다.
1. 설비보전이 늘 고장 수리에 끌려다니는 이유

설비보전 담당이 매일 ‘불 끄기’를 하게 되는 원인은 대개 이 넷으로 수렴합니다.
- 설비 정보가 흩어져 있다 — 설비 사양서는 캐비닛에, 도면은 공급사 메일에, 수리 이력은 선임자 수첩에 있다. 같은 고장이 나도 지난번에 무엇을 바꿨는지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 계획 보전이 밀린다 — 정기 점검과 부품 교체 일정을 잡아도 생산이 바쁘면 설비를 내주지 않는다. 미룬 점검은 결국 더 큰 고장으로 돌아온다.
- 고장 기록이 남지 않는다 — 고쳐서 돌아가면 끝이라 언제·왜 섰고 몇 분 걸렸는지 적지 않는다. 기록이 없으니 어느 설비가 문제인지 숫자로 말할 수 없다.
- 예비품이 맞지 않는다 — 정작 필요한 부품은 없어서 설비가 며칠씩 서 있고, 창고에는 안 쓰는 부품이 쌓여 있다.
즉 설비보전은 ‘잘 고치는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설비 정보·계획·기록·예비품의 문제입니다.
2. 설비보전이 보는 숫자 — 보전 유형과 성과 지표

설비보전은 ‘언제 손을 대느냐’에 따라 몇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한 가지만 쓰는 공장은 없고, 설비의 중요도와 고장 특성에 따라 섞어 씁니다.
- 사후보전(BM) — 고장이 나면 고친다. 멈춰도 생산에 영향이 적고 값싼 설비에는 오히려 합리적이다. 문제는 모든 설비를 이렇게 관리할 때다.
- 예방보전(PM) — 정해진 기간이나 가동 시간마다 점검·급유·부품 교체를 한다. 연간 PM 계획과 점검표가 기본 도구다.
- 상태기반보전(CBM) — 진동·온도·전류·소음 같은 설비 상태를 재서 기준을 넘을 때 정비한다. 아직 멀쩡한 부품을 주기만 보고 바꾸는 낭비를 줄인다.
- 예지보전(PdM) — 상태 데이터의 추세를 분석해 고장이 날 시점을 미리 예측하고, 그 전에 정비 일정을 잡는다. 데이터가 쌓여야 가능한 단계다.
- 자주보전 — 설비를 매일 쓰는 작업자가 청소·급유·조임·간단한 점검을 맡는다. 보전팀은 기준을 만들고 교육하며 작업자가 찾은 이상을 처리한다. TPM(전사적 생산보전)의 8대 기둥 중 하나이고, 계획보전도 그 기둥에 함께 들어간다.
그리고 설비보전은 보통 이런 지표로 평가받습니다. 이름과 집계 기준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 MTBF(평균 고장 간격) — 총 가동 시간을 고장 횟수로 나눈 값. 길수록 설비가 오래 버틴다는 뜻이다. 고쳐서 다시 쓰는 설비에 쓰는 지표다.
- MTTR(평균 수리 시간) — 총 수리 시간을 수리 횟수로 나눈 값. 짧을수록 빨리 살린다는 뜻이다. 고장 발생부터 재가동까지로 볼지, 실제 수리 시작부터 끝까지로 볼지 회사가 먼저 정해 두어야 숫자를 비교할 수 있다.
- OEE(설비종합효율) — 시간가동률 × 성능가동률 × 양품률. 시간가동률은 계획 생산 시간 중 실제로 돌아간 비율, 성능가동률은 이론 사이클타임 기준으로 얼마나 제 속도로 만들었는지, 양품률은 만든 것 중 양품 비율이다.
- 6대 로스 — OEE를 갉아먹는 손실을 여섯 가지로 나눈 틀이다. 고장·셋업(조정)은 시간가동률을, 순간정지·속도저하는 성능가동률을, 공정불량·초기수율 손실(가동 초기 안정되기 전 불량)은 양품률을 떨어뜨린다.
- PM 계획 준수율·고장 정지 시간 — 계획한 점검을 제때 했는지, 고장으로 설비가 선 시간이 얼마인지. 앞의 숫자가 떨어지면 뒤의 숫자가 늘어난다.
MTTR만 보면 ‘빨리 고치는 팀’이 되고, 고장 자체는 줄지 않습니다. MTBF와 고장 정지 시간을 함께 봐야 계획 보전이 효과를 내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계산은 글 아래 MTBF·MTTR 계산기와 OEE 계산기로 바로 해 볼 수 있습니다.
3. 설비보전 실무 5단계 — 설비대장에서 재발 방지까지

설비보전 담당의 하루는 이 5단계가 설비마다 다른 속도로 겹쳐 돌아가는 일입니다. 앞 단계가 비어 있으면 뒤 단계에서 반드시 막힙니다.
- 설비대장·등급 정하기 — 설비마다 번호, 사양, 설치일, 공급사, 주요 부품, 도면 위치를 설비대장 한 곳에 모은다. 그다음 멈추면 생산·품질·안전에 얼마나 영향이 큰지로 등급을 매긴다. 등급이 높은 설비부터 예방·상태기반보전을, 낮은 설비는 사후보전을 택하는 기준이 여기서 나온다.
- 보전 계획 세우기 — 설비별 점검 항목과 주기, 교체 부품, 필요 시간을 연간 PM 계획으로 만든다. 생산계획과 겹치지 않게 휴일·교대 사이·금형 교체 시간을 활용하고, 생산·생산관리와 미리 일정을 맞춘다.
- 일상점검·자주보전 — 작업자가 매일 쓰는 일상점검표(청소·급유·조임, 소리·진동·온도 이상 여부)를 만들어 현장에 붙이고, 작업자가 표시한 이상을 보전팀이 처리한다. 보전팀은 정기 점검과 PM 작업을 작업지시서로 내리고 결과를 설비이력카드에 남긴다.
- 고장 대응 — 설비가 서면 현상을 확인하고 응급 복구를 한다. 정비·청소·수리를 할 때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설비 운전을 멈추고, 다른 사람이 켜지 못하게 기동장치에 잠금장치를 하고 열쇠를 따로 관리하거나 표지판을 다는 조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제92조)이 정한 사업주의 의무다. 복구 후에는 고장 시각, 현상, 조치, 바꾼 부품, 걸린 시간을 작업지시서에 남긴다.
- 원인 분석·재발 방지 — 같은 설비가 반복해서 서거나 정지 시간이 큰 고장은 고장분석 보고서로 원인을 끝까지 판다. ‘왜’를 여러 번 묻는 방식으로 부품 불량인지, 급유·점검 부족인지, 운전 조건 문제인지 가른다. 대책은 점검 항목·주기 변경, 부품 사양 변경, 설비 개선 중 무엇인지 정하고, 이후 같은 고장이 줄었는지 MTBF로 확인한다.
한 주로 펼치면 리듬은 대개 이렇습니다.
- 매일 아침 — 전날 고장·정지 현황과 야간 인계 사항 확인, 오늘 PM 작업 배정. 생산팀과 짧게 설비 상태를 맞춘다.
- 매일 낮 — 고장 대응, PM·점검 작업, 작업자 일상점검에서 올라온 이상 처리, 부품 출고와 발주 요청.
- 매주 — 고장 정지 시간을 설비별로 정리해 가장 큰 설비부터 대책을 논의하고, 밀린 PM 작업과 열려 있는 작업지시를 점검한다.
- 매월·분기 — MTBF·MTTR·OEE 실적 보고, 다음 달 PM 일정 확정, 예비품 재고 점검, 법정 검사 일정 확인.
법정 검사도 설비보전이 챙기는 일입니다. 크레인·프레스·사출성형기·컨베이어·산업용 로봇·압력용기 같은 유해·위험기계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정기 안전검사 대상이고, 사업장 설치를 마친 날부터 3년 이내에 최초 검사를 받은 뒤 이후 2년마다 받아야 합니다(건설현장 크레인, 공정안전보고서를 확인받은 압력용기 등은 주기가 다르고, 대상은 용량·형식 기준이 있습니다). 검사 일정을 설비대장에 함께 적어 두면 놓치지 않습니다.
예비품은 ‘많이’가 아니라 ‘맞게’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등급이 높은 설비의 부품 중 구하는 데 오래 걸리거나 고장 나면 라인이 서는 부품부터 최소 재고를 정하고, 예비품 대장에 품번·위치·현재 수량·사용 설비를 남깁니다. 쓰지 않고 오래 쌓인 부품은 주기적으로 걸러냅니다. 필요한 수량은 글 아래 예비품 계산기로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쓰는 문서는 설비대장, 설비이력카드, 일상점검표, 연간 PM 계획표, 보전 작업지시서, 고장분석 보고서, 예비품 대장이 기본입니다. 시스템은 보전 작업과 이력·예비품을 관리하는 CMMS(설비보전관리시스템)를 따로 쓰거나 ERP·MES의 설비 모듈로 관리합니다. 문서 이름은 회사마다 달라도, 설비 번호 하나로 정보·계획·고장·부품이 이어지는지가 핵심이다. 같은 양식을 현장에서 쓰려면 글 아래 관련 문서양식을 받으면 됩니다.
4. 현장에서 자주 터지는 문제 4가지

① 고쳤는데 같은 설비가 또 선다 응급 복구로 끝내고 원인을 닫지 않은 결과다. 같은 설비가 한 달에 일정 횟수 이상 서면 반드시 고장분석 보고서를 쓰는 규칙을 두고, 대책을 낸 뒤 MTBF가 실제로 늘었는지 확인해야 닫는다.
② 부품이 없어서 설비가 오래 선다 수리는 한 시간이면 끝나는데 부품을 구하는 데 사흘이 걸리는 경우다. MTTR이 긴 고장을 수리 시간과 부품 대기 시간으로 나눠 보고, 대기 시간이 큰 부품부터 예비품 최소 재고에 넣는다.
③ PM이 늘 밀린다 생산이 바빠 설비를 내주지 않는 구조다. PM 일정을 생산계획 단계에서 함께 잡고, 미룬 PM 건수와 그 뒤에 난 고장을 같이 보고한다. 숫자로 보이면 설비를 내주는 결정이 쉬워진다.
④ 고장 기록이 숫자가 안 된다 “모터 고장”, “모타 이상”, “전기 문제”처럼 같은 고장을 다르게 적으면 집계가 안 된다. 고장 부위·현상·원인을 고장 코드로 정해 고르게 하고, 시작·종료 시각은 반드시 적게 한다.
5. 개선 로드맵 — 수첩 기록에서 예지보전까지

보전 시스템을 한 번에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성숙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 1단계 (표준화) — 설비대장과 설비 등급, 고장 코드, 일상점검표·작업지시서 양식을 하나로 고정한다. 기록 기준이 같아야 MTBF·MTTR을 계산할 수 있다.
- 2단계 (연결) — 고장·PM 작업지시와 수리 이력, 예비품 출고를 설비 번호로 묶어 한 화면에서 본다. 엑셀로 시작해도 되고, 규모가 커지면 CMMS로 옮긴다.
- 3단계 (자동화) — 설비의 가동·정지 신호를 자동으로 모아 정지 시간과 OEE를 사람이 적지 않아도 집계되게 한다. 주요 설비에 진동·온도·전류 센서를 붙여 기준을 넘으면 알림이 가는 상태기반보전을 시작한다.
- 4단계 (지능화·AI) — 쌓인 센서 데이터와 고장 이력으로 고장 조짐을 미리 알리는 예지보전을 적용한다. 과거 작업지시와 고장분석 보고서에서 비슷한 사례와 조치 방법을 찾아 수리 시간을 줄인다.
핵심은 1·2단계(같은 기준으로 쌓인 고장 기록) 없이 3·4단계(센서·AI)로 건너뛰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점입니다. 센서는 ‘이상하다’는 신호를 주지만, 그 신호가 어떤 고장으로 이어졌는지 기록이 없으면 AI가 배울 정답이 없습니다. 가동 신호 수집과 실시간 OEE를 공장 전체 시스템으로 묶는 순서는 MES 구축 5단계 로드맵에서 다뤘습니다.
스마트팩토리·AI 시대의 설비보전
설비보전은 공장에서 데이터가 가장 빨리 쌓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설비마다 가동 신호와 센서 값이 나오고, 고장과 수리가 매일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AI가 설비보전을 바꾸는 지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지 시간을 손으로 적고, 점검표를 옮기고, 지난번 수리 기록을 찾는 반복은 시스템이 맡고, 사람은 어느 설비를 먼저 지키고 언제 설비를 세울지를 판단합니다. 다만 AI가 고장을 예측해도 운전을 멈추고 잠그고 안전하게 수리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좋은 설비보전은 수리공의 손재주가 아니라, 설비 번호 하나로 이어진 정보·계획·기록에서 출발합니다.
CONTIS는 설비대장과 고장 코드 정리부터 보전 프로세스 표준화, 설비 가동 데이터 수집, MES·CMMS 연동, 예지보전 도입까지 설비가 덜 서고 빨리 살아나는 공장을 만드는 여정을 함께합니다. 설비보전 체계 진단·스마트팩토리 구축이 필요하시면 문의해 주세요.